[제12편] 거식(Eating Disorder) 대처법: 먹지 않는 이유 5가지와 해결책

 파충류의 거식은 병이라기보다 '신호'에 가깝습니다. 몸 어딘가가 아프거나, 현재 살고 있는 환경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무언의 시위죠. 거식이 시작되었다면 먼저 다음의 체크리스트를 하나씩 확인해 보세요.

1. 온도가 너무 낮지는 않은가? (소화 기능 저하)

변온동물인 파충류에게 온도는 곧 '위장 운동 에너지'입니다. 사육장 온도가 적정 온도보다 단 2~3도만 낮아져도 신진대사가 급격히 떨어지며 뇌에서 "먹지 마"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 해결책: 사육장 내부의 '핫존' 온도를 재점검하세요. 소화가 안 되어 뱃속에 음식물이 남아있다면 더더욱 먹이를 거부합니다. 온도를 1~2도 높여주는 것만으로도 먹이 반응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2. 탈피나 산란기 등의 '생리적 현상'

앞선 연재에서 다루었듯, 허물을 벗기 직전(백탁기)이나 알을 품은 암컷은 본능적으로 먹이 활동을 중단합니다.

  • 해결책: 몸이 하얗게 떴다면 탈피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산란 징후가 있다면 영양 보충보다는 편안한 산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거식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3. 환경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왔거나, 사육장 위치를 옮겼을 때, 혹은 사육사가 너무 자주 만져서(과도한 핸들링) 스트레스를 받으면 밥을 먹지 않습니다.

  • 해결책: 입양 직후라면 최소 일주일은 먹이를 주지 말고 '적응 기간'을 줘야 합니다. 사육장 내부가 너무 훤히 보인다면 신문지 등으로 가려주어 개체가 안심할 수 있는 은신처를 확보해 주세요.

4. 먹이 종류에 대한 '질림' 혹은 '거부감'

파충류도 입맛이 있습니다. 매일 똑같은 귀뚜라미만 먹다가 갑자기 거부하기도 하고, 특정 사료의 맛을 싫어할 수도 있습니다.

  • 해결책: 먹이의 종류를 바꿔보세요. 귀뚜라미를 먹던 개체에게 밀웜이나 실크웜을 급여해 보거나, 슈퍼푸드라면 다른 향(맛)의 제품을 시도하는 것이 방법입니다.

5. 질병 및 임팩션 (장폐색)

가장 위험한 경우입니다. 바닥재를 삼켜 장이 막혔거나(임팩션), 기생충 감염, 구내염 등으로 인해 통증이 있어 못 먹는 경우입니다.

  • 해결책: 배가 비정상적으로 빵빵하거나, 변을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면 즉시 특수 동물 병원을 방문해야 합니다. 미지근한 물에 온욕을 시켜 장 운동을 도와주는 것도 응급처치가 될 수 있습니다.

사육사의 한마디

저도 6개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던 '거식 끝판왕' 볼파이톤을 키워본 적이 있습니다. 처음엔 조급한 마음에 억지로 먹이려다 개체와 저 모두 상처만 남았죠. 결국 제가 택한 방법은 '기다림'이었습니다. 조명을 어둡게 하고 은신처를 늘려준 뒤 한 달간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더니, 어느 날 스스로 먹이를 낚아채더군요. 거식은 사육사의 인내심 테스트와 같습니다. 개체의 무게가 급격히 줄어들지 않는다면, 먼저 환경을 정비하고 기다려 주는 미덕이 필요합니다.


[이번 편 핵심 요약]

  • 거식이 오면 가장 먼저 사육장 온도와 습도가 적정 범위인지 확인한다.

  • 입양 직후나 환경 변화 시에는 최소 일주일간의 휴식이 필요하며 핸들링을 중단한다.

  • 개체의 체중이 눈에 띄게 줄거나 기운이 없다면 환경 문제가 아닌 질병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다음 편 예고] 제13편: 크레스티드 게코 사육 시 초보자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 BEST 3

[질문] 키우시는 파충류가 최장기간 밥을 안 먹었던 적은 언제인가요? 그때 여러분은 어떤 방법으로 해결하셨는지 노하우를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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