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컷 파충류가 알을 형성하는 데는 엄청난 양의 칼슘과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이 시기에 관리가 소홀하면 앞서 배운 MBD(대사성 골질환)가 급격히 오거나, 알이 몸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에그 바인딩(Egg Binding)'으로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1. "혹시 임신일까?" 산란 징후 포착하기
암컷의 행동이 평소와 달라졌다면 다음 징후를 확인해 보세요.
거식과 예민함: 배가 알로 가득 차면 장을 압박해 먹이 반응이 떨어집니다. 또한 외부 자극에 평소보다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바닥 파기 행동: 사육장 구석을 계속해서 파헤치는 '버로윙' 행동을 보인다면, 알을 낳을 명당을 찾고 있다는 확실한 신호입니다.
복부의 굴곡: 배를 조심스럽게 살펴보면 동글동글한 알의 형태가 비치거나 만져질 수 있습니다.
2. 산란기 특별 영양 보충: 칼슘이 핵심이다
알 껍데기는 대부분 칼슘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암컷은 알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뼈에 있는 칼슘을 모두 쏟아붓습니다.
액상 칼슘 활용: 먹이 반응이 떨어진 암컷에게는 사료에 섞는 가루 칼슘보다 흡수가 빠른 '액상 칼슘'을 입가에 한 방울씩 떨어뜨려 급여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고단백 먹이: 평소보다 지방과 단백질 함량이 높은 먹이(핑크쥐나 영양가가 높은 곤충)를 급여해 체력 저하를 막아주세요.
3. '에그메이커(산란통)' 세팅법
개체가 안심하고 알을 낳을 수 있는 독립된 공간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이를 '에그메이커' 혹은 '산란 박스'라고 부릅니다.
준비물: 밀폐 용기(개체가 충분히 들어갈 크기), 습윤 바닥재(질석이나 수태).
세팅: 질석이나 수태에 물을 적셔 꽉 짠 후, 용기에 5~10cm 두께로 깔아줍니다. 개체가 몸을 숨기고 땅을 팔 수 있는 깊이가 확보되어야 합니다.
위치: 사육장 내에서 너무 뜨겁지 않고 조용한 구석에 배치해 줍니다.
4. 인큐베이팅(부화)의 기본
알을 무사히 낳았다면 이제 부화기로 옮길 차례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알을 뒤집지 않는 것'**입니다.
상단 표시: 알을 발견하자마자 네임펜으로 윗부분을 살짝 표시하세요. 파충류 알은 태반이 위쪽에 고정되어 있어 뒤집히면 배아가 질식할 수 있습니다.
온습도 유지: 종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6~30°C, 습도 80% 이상을 유지해야 합니다. 전문 부화기가 없다면 와인 셀러나 스티로폼 박스를 개조해 만들기도 합니다.
사육사의 한마디
저희 집 첫 암컷 게코가 첫 알을 낳았을 때가 생각납니다. 산란 후 눈에 띄게 홀쭉해진 아이를 보니 대견함보다 미안함이 앞서더군요. 산란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알을 낳은 직후의 암컷은 면역력이 바닥나 있으므로, "고생했다"는 마음으로 평소보다 더 세심하게 온도를 체크하고 영양식을 챙겨주어야 합니다.
[이번 편 핵심 요약]
산란기 암컷은 거식과 바닥 파기 행동을 보이며, 이때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해야 한다.
알 형성을 위해 액상 칼슘과 고단백 먹이로 영양을 집중 보충해 준다.
산란된 알은 절대로 뒤집지 말고 표시된 윗부분이 그대로 위를 향하게 부화기에 넣는다.
[다음 편 예고] 제12편: 거식(Eating Disorder) 대처법: 먹지 않는 이유 5가지와 해결책
[질문] 혹시 키우시는 파충류가 갑자기 바닥을 파거나 예민해진 적이 있나요? 알을 낳은 경험이 있다면 여러분만의 '산란 후 보양식' 노하우를 공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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